목초지 한 가운데 빌라에 사는 사람들이 먼곳을 걸어 나갈 수도 없다. 우리가 사는 빌라는 로텔담과 암스텔담을 잇는 고속도로 옆에 있었다. 고속도로와의 직선 거리는 약 오백 미터 정도? 가장 가까운 대도시는 헤이그였지만, 헤이그에 가기 위해서는 자동차가 없으면 꿈도 못 꾼다. 헤이그의 센트럴 스테이션 근처에나 가야 술집도 있고 눈이 즐거운 것도 있는데 이곳은 너무 멀다.
음식은 매번 우리가 스스로 해결해야 했다. 주재원들이 과장이하가 요일별로 식사 당번을 정했다. 이렇게 순번으로 식사 당번을 했는데 당번이 되는 하루 전에는 마켓에 가서 식재료를 구입해야 한다. 생선이나 야채를 구입하고 양념도 골라 산다.
한번은 김치가 먹고 싶어서 배추를 한 포기를 샀다. 이어 소금도 사고 고추가루도 샀다. 비닐 봉지에 잘 포장되어 빛갈이 곱고 빨간 것으로 골라서 샀다. 양파 등 몇가지 푸짐하게 사서 냉장고에 넣을 것은 넣고, 반찬을 만들기 시작했다. 먼저 김치를 만들려고 배추를 씻은 다음 반으로 쪼개 소금을 뿌려 절였다. 젓갈이 없기 때문에 소금과 고추가루만으로 김치를 만들 생각이였다. 배추가 절여졌다고 생각했을 때 고추가루를 버무리기 위해 포장을 열어보니 고추가루가 아니고 이상한 향이나는 것이였다.
우리 비위에 맞지 않아 이것으로는 도저히 김치를 만들 수가 없어 대신 일본 간장을 넣고, 고기를 썰어 넣어 국을 끌이기로 했다. 이렇게 식재료를 사러 가서는 여러번 실수를 한 경험이 있다. 왜냐하면 포장에 써있는 문자가 모두 네덜란드 말이라 우리는 도저히 알아 볼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고추가루를 제대로 사기까지 우리는 여러번 실패를 보았다. 한 서너 번?
순번으로 식사 당번을 하기 때문에 음식 만드는 솜씨도 사람마다 다르다. 솜씨라기 보다는 방법이 다르고 식재료가 달라 똑 같은 맛을 내는 음식을 두번 이상 먹는 다는 것은 기대하기 어려웠다. 우리 같은 부하직원이 만들어 놓은 것을 높으신 분들이 맛을 보고는 음식이 왜 똑 같은 것이 한번도 없냐하며 웃은 일도 있다.
빌라에서 먹고 자고 일하니까 때로는 한국 음식 냄새가 역겨워 날씨가 추울 때도 창문과 문이란 문은 활짝 열어 환기를 해야 할 때도 있었다. 마케트에서 우리 입에 맞는 음식 재료를 사는 것도 몇번의 시행착오 끝에 찾은 경우도 있었다. 우리 입에 맞는 고추가루가 그중 하나였다. 빌라에서 공동 생활을 했기 때문에 숙식하는 것이 이렇게 늘 부실할 수 밖에 없었다. 본사에서 출장온 사람들도 가끔은 우리가 만든 음식으로 식사를 할때도 있었다.
본사나 공장에서 오는 출장자들이 우리 반찬 꺼리나 밑반찬을 선물로 갖고 오면 제일 반가웠고 환영 받았다.
to be continued
댓글을 달아 주세요
아고고 예전에는 그렇게 많이 힘드셨군요-ㅇ-
2009/08/25 00:29그래도 재미있었습니다. *^-^*
2009/08/25 15:23저는 아버지께서 예전부터 현대에서 일하고 계서서 故정주영 씨의 책을 많이 읽었습니다. 그래서 힘든 것을 알았지만 이토록 힘드셨을 줄은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2009/08/25 00:55그래도 Mark Juh 님 같은 분들이 계셧기에 지금의 현대 자동차가 있는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처음 개척할 때는 뭐든 그런 시련이 있게 마련이지요. 그래도 그런 시절 일을 했다는 자부심은 남다르게 크답니다.
2009/08/25 15:23같은 음식을 두번이상 먹기 힘들었다는 표현이 너무 재미있습니다.^^
2009/08/25 09:55저는 유럽배낭여행때 너무 라면이 먹고싶어 호텔 베란다에서
현지에서 만난 여행동지들과 봉지라면을 먹고 감동을 했었지요....
라면 먹으면서 즐거워 하는 것 상상이 갑니다. 오늘도 덥습니다. 잘 지내시기를..
2009/08/25 15:23지금의 자동차 산업이 있게 만들어 주신 역군이시네요.
2009/08/25 12:35호텔방도 없이 빌라에서 먹고 자고 일하고...
지금의 상황과 비교하면 정말 말이 아니었네요
지금 생각하면 회사 이미지에는 전혀 도움되는 일이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암튼 우리 TF 팀은 불평하지 않고 열심히 일했답니다.
2009/08/25 15:23정말 고생 많으셨습니다.
2009/08/25 15:03그렇지만 글자 하나하나에 자부심이 묻어나는군요.
mark님 덕분에 오늘 날의 대한민국이 존재했을 겁니다.
재미있게 잘 봤습니다. ^^
칭찬 받을려고 쓰는 것은 아니고 옛날에 세상에 이런 일도 있었다는 것을 남기고 싶어 쓰고 있습니다.^^
2009/08/25 15:2430여년전 이야기인데도 생생하게 다가오는군요.
2009/08/25 16:27고생하신만큼 보람과 자긍심도 있으셨겠지요.
처음 인사드립니다. 천천히 둘러보겠습니다.^^
네, 감사합니다. 자주 교환 방문하면 좋겠네요.
2009/08/25 22:46